선교사 친구

제게 오래된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신학교 동창입니다. 그런데 신학교 졸업하고 어느 날 그 친구는 대만으로 갔습니다. 공부를 하러 간 것인지 선교하러 간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20년은 족히 더된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 혼자서 밤에는 아파트 경비 서가며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5년 넘게 지내다보니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까지 하게되더군요. 저는 그게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왜 나도 얼른 중국이든 대만이든 필리핀이든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장롱처럼 북박이가 되어 가지고 대한민국에 남아서 선교한다고 하니 우습기도 하고 내 자신이 영어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때로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해외를 제집 드나들 듯이 다니다 보니 늘 저는 그 친구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에는 제가 연락할 방법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꼭 잊을만하면 한번씩 연락이 오는 겁니다. 그것이 어떤 때는 5년이 넘어서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선교는 안하고 무역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사정은 모르고 만날 때마다 왜 그 좋은 실력을 가지고 하나님께 드려야지 세상일을 위해 사용 하냐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또 연락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5년이 더 지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랬던 것처럼 느닷없이 연락이 왔습니다. 추석 명절인가요? 굴비를 보내겠다는 겁니다. 그때는 참 잘 나갔나 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본인 말로는 청와대도 갔다 왔다는 겁니다. 몇 백 명의 사원을 선발하는데 자기가 다 뽑는답니다.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은 일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굴비는 잘 먹겠다고 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 같은 사람하고는 지낼 시간이 없나 봅니다. 잊은 듯이 보였습니다. 가끔 생각은 나지만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또 한참을 지나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목소리가 가라앉았습니다. 예전의 언제나 자신 있는 씩씩한 그 목소리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 잘 나가던 회사가 IMF때 무너진 그 회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자기도 회사 간부로 있어서 어느 정도의 법정 책임과 물질적 책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집에도 못 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작은 전자업체의 물건 하나를 가지고 와서 저에게 설명을 하면서 그것을 대만에 같다가 팔아보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그런 일이 잘 안 되자 비슷한 일을 몇 번 더 한 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왜 하나님 일은 안하고 사업을 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안되겠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게 싶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대만에 같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버님이 하시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문제가 생겨서 장남인 자기에게까지 문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일만 해결하고 다시 가서 선교해야지 하고 손댄 것이 그만 사업을 하게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복지 단체의 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참 재주가 많은 친구인 것은 분명합니다. 언어에 능통한 것뿐만 아니라 말에도 재능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하고 바꿔서 해야 하는데 늘 그 재능이 부럽고 아깝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위급한 상황은 다 넘기고 그 친구가 저에게 직접 연락을 해 왔습니다. 가보니 중환자 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데 멀쩡한 곳이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복지관 승용차를 몰고 밤길에 졸음 운전을 해서 내리막길에서 위에서 내려오던 탱크롤러트럭이 승용차를 깔아버린 겁니다.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고 합니다. 거기서 살아 나온 것이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살기는 살았는데 그것이 현대의료 기술덕분으로 산 것입니다. 다리는 절단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우겨서 겨우 철심을 박아서 자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심장이 절반의 기능밖에 못하기 때문에 심장이식을 받든지 아니면 심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은 확률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한가지 방법은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겁니다. 물론 그것도 성공의 보장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심장이식 받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심장이식 받으려는 사람은 많고 심장은 없는가 봅니다. 이 친구가 중국어를 잘 하니까 자기가 중국에 가서 심장을 구해 보겠다고 직접 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선교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중국 가서 심장이식은 받지 않고 선교지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한참만에 나타나서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다시 불렀다고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이제 언제까지 살지 모르나 하나님 위해서 남은 시간을 바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 그 몸으로 중국 가서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중국에는 화장실이 대부분 좌변기가 없어서 자기는 다리가 철다리가 때문에 다리를 구부리지를 못해 앉아서 용변을 봐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감사하게 잘 인도해 주셔서 그래도 다녔다는 겁니다. 그 친구는 언제 심장이 멈출 줄 모릅니다. 심장 환자들은 심장에 무리가 오면 도로에서 운전하다 바로 병원으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비상등 켜고 갓길로 운전한 적도 몇 번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근래에 연락을 해보니 또 연락이 안됩니다. 중국에서 선교하고 있겠지요? 늘 그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나를 또 한번 놀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영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