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논과 썰매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할 때면 어릴적 설매를 타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집 앞 아래쪽에 큰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랫마을에서 온 아이들과 가끔은 서울에서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만국기가 펄럭이면서 스케이트장이 개장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썰매를 들고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물론 돈도 내야 하구요.
그래서 나는 썰매를 타려고 우리집 앞에 있는 논에 꼭괭이와 삽을 가지고 가서 골을 파고 물을 댓습니다. 
논둑을 한바퀴 돌면서 쥐구멍이 있는 곳 같은 곳은 다 막았습니다. 물이 흘러 나가지 않도록이요.
그리고 기다리는 거죠. 그리고 요즘처럼 한 영하 10도쯤 내려가면 논에 댄 물이 잘 얼지요. 
그곳으로 썰매를 메고 가서 하루종일 탔습니다.

그런데 아래 스케이트 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아랫동네 아이들과 서울 아이들이 제가 놀고 있는 논으로 왔습니다. 
돈을 받는 사람도 없고, 아래 스케이트장보다 얼음이 더 잘 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그 스케이트의 기세에 밀려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좀더 산골짜기로 올라가 다시 논에 물을 댓습니다. 그곳도 물이 잘 얼었습니다.
그러면 또 아래에서 타던 아이들이 올라옵니다.
저는 그렇게 자꾸만 산골짜기 논으로 올라갔습니다. 

@ 이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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