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신 하나님(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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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노라 하나 너희는 이르기를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 하는도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에서는 야곱의 형이 아니냐 그러나 내가 야곱을 사랑하였고 3 에서는 미워하였으며 그의 산들을 황폐하게 하였고 그의 산업을 광야의 이리들에게 넘겼느니라”
말라기서는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으로 애초에 그 길이나 내용에 있어서 크게 관심을 모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본서에 대한 연구도 다른 소선지서가 받은 만큼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학자들 사이에서 본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책으로 알려진 듯합니다. 하지만 본서의 가치는 유다 주의 안에 존재했던 분파주의에 대한 종교사적 서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즉 본서의 형식은 하나님 백성에 대한 심오한 신학적인 이해를 반영하는데, 본서는 영적인 기준을 설정하려는 경건 주의자들의 모든 시도에 반대하여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전 민족의 결속을 확실하게 하는 미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특히 본서는 논쟁적인 성격을 취함으로써 당시의 유다 분파주의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본서는 히브리의 마지막 선지자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신약 성경과의 접맥 관계를 고찰하는데 유용합니다. 즉 유다 주의의 율법주의 내지 형식주의에 치우친 바리새파와 율법주의자들이 신약 시대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점을 고려할 때, 그 근거를 말라기서에서 찾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말라기서는 형식적인 율법주의를 표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처음 시도가 빗나갔을 때 유다인들은 율법 만능의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말라기서의 기록목적은 계약 관계로 표현된 하나님 예배의 본질적인 가치를 백성들에게 재인식시키는 일이 예언자의 일차적인 목적이었기 때문에 예배에 대해 거의 무관심과 회의주의에 빠졌던 백성들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하였습니다. 포로 귀환 후 성전이 재건되고 예배가 성행할 당시의 제사장과 백성들은 형식주의와 책임 회피 등으로 계약적인 이상들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또한 이방 여인과의 잡혼이 성행하고, 그에 따른 이방 종교 의식에 탐닉하는 한편 간통, 거짓 맹세, 가난한 자들에 대한 학대가 자행되던 시기였습니다. 예언자는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에서 종교적인 의무에 권태를 느끼는 제사장들과 백성들을 힐난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언의 성격을 통해 볼 때 본서의 기록 목적은 역사의 교훈을 가르치고, 영성이 깊어지며, 물질적인 번영이 증가되는 상태로 백성들을 인도하려는 노력에서 발견됩니다. 즉 학개 선지자와 마찬가지로 말라기의 주요 관심사는 영적인 우선권이 회복된 공동체에 있다는 계약적 사실을 백성들에게 공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말라기는 백성들을 사로잡고 있던 정신적인 불안의 핵심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유다에 현존하신다는 믿음에 대해 회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믿음의 대상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말라기는 당시의 영적 타락을 지적함으로써 백성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 회복을 촉구하였습니다.
말라기서는 여섯 개의 명백한 신탁이 나타납니다.
제 1의 신탁은 호세아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재차 강조합니다. 특히 여기에서 말라기는 에돔에 대한 심판과 비교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하였습니다.
제 2의 신탁은 인상적인 대화를 통하여 제사장과 정치 지도자의 무능을 책망합니다. 말라기에 의하면 제사장들은 바벨론으로부터 귀환한 유다 공동체가 그 당시 당하고 있던 곤경의 대부분을 피할 수 있도록 종교적 영도력을 발휘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타락하여 직무를 유기한 채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다고 합니다.
제 3의 신탁은 느헤미야의 보고와 비슷한 내용인데, 잡혼의 성행과 이혼 문제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제 4의 신탁은 하나님의 심판적 임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하나님의 이스라엘 백성의 선조이래 계속되고, 공통된 불평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심판하시기 위해 내려오신다는 것입니다.
제 5의 신탁은 하나님께서 노하시게 된 원인이 백성들에게 있음을 명백하게 밝혀 줍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윤리적인 일관성으로 백성들과 계약 관계를 이행하셨으나 백성들은 계약 관계를 파기하고 하나님께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제 6의 신탁은 인간 세계에 퍼져 있는 악의 문제를 취급하는데, 신정 사회의 경건한 무리들은 교만하고 패역한 불신자들이 번영함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말라기는 의인의 행위가 여호와의 ‘기념책’에 기록된다고 위로합니다.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을 기록한 말라기가 대(大) 예언자는 아닙니다. 그는 다른 예언자 특히 아모스, 예레미야, 이사야와 같은 예언자들처럼 하나님의 본성과 목적에 대한 심오하고도 독창적인 통찰력을 지니지도 못하였습니다. 더욱이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예언이 여호와의 말씀으로 인식되지 않던 시기에 사역한 예언자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말라기가 취한 문체적 특성만 살펴보아도 짐작 가능한 일 입니다. 즉 그의 문체는 이야기체 내지 논쟁적 문답식 문체인데 이는 당시의 회의주의적인 백성들과 논쟁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변증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깃들인 것입니다. 심지어 그는 고전적 예언의 전성기에 살았던 선배 예언자들이 굳이 변증하지 않아도 되었던 문제까지 백성들과 더불어 논증하여야 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대에 말라기는 단순한 교리적이고 도덕적인 원리의 선포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실천적인 문제를 법전 속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는 한편 여호와의 날에 최종적으로 회복될 질서와 평강의 세계를 확신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예언에서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순종이란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인 위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감지하는 통찰력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범상한 존재들에게는 이 진정한 순종이 여러 가지 작은 규율의 실천과 종교적인 의식에 충실할 때 실현된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예언에서 예배와 희생 제물과 십일조, 그리고 도덕적 행위들에 대한 진실한 면을 강조하였습니다. 먼저 그는 예배자의 의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빠짐없이 설명하였으며( 말 3:8-10), 흠 없는 희생 제물을 바쳐야 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밝혔습니다(말 1:7, 8).
또한 당시의 현안 문제였던 잡혼의 성행을 힐난하였으며(말 2:10, 11),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였습니다. 이처럼 성도의 생활에서 세세한 면까지 관찰하고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던 말라기의 소명 의식은 바로 확고한 신학적 배경 위에서 가능하였습니다. 즉 그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의로우심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는 도덕적인 순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참되고 의로운 예배의 전제조건으로 하나님께 대한 회개를 빼놓지 않았습니다(말 3:7).
이상에서 살펴볼 때 말라기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본서가 갖는 성경상의 위치를 고려할 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본서는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으로서 유대교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시대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그가 강조하는 예배에 대한 강조는 후기 유대교가 지향한 예배 중심주의의 길을 열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말라기의 의도는 도탄에 빠지고, 회의주의에 매몰된 유다 백성들을 향한 회개와 경건의 촉구였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가 이미 완악할대로 완악하여 오히려 형식주의 예배의 길을 열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라기의 신성한 소명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며, 당시로서는 놀랄 만한 대담성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본서는 전통적인 면과 독창적인 면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즉 본서에 나타난 여호와의 날에 대한 신탁은 표준 예언에 속합니다(암 5:18-20, 습 1:7-18). 하지만 의인의 이름이 기록될 기념의 책에 대한 언급은 독창적인 예언입니다.(말 3:16). 더욱이 이 기념책의 개념이 후세에는 내세관으로 발전하였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하겠습니다. 곧 “의인의 이름이 기록되어 그 속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은 하나님 나라의 평안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상은 내세관을 포함하는 한편 이 모든 일을 수행하는 여호와의 사자가 초자연적으로 임할 그리스도라는 메시아적 대망 사상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라기는 여호와의 사자와 부활한 엘리야를 동일시함으로써 후대 묵시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 전기 묵시 사상에서는 이새의 줄기에서 새싹이 나와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할 것이라고 했는데 후기에 들어서면서 묵시 사상은 초자연적인 임재를 통하여 성취될 것이었다.”는 점이 또한 구약의 마지막 책으로서 갖는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역사 속에서 말라기서의 예언은 세례 요한의 출현으로 성취되었습니다(막 1:2, 눅 1:17). 이렇게 볼 때 말라기서는 구약의 마지막 책으로서 전통적인 신학의 맥락을 정리하고 새 시대의 도래를 위한 지평을 여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